[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인공지능(AI)이 대학생의 학습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까지 AI에 맡기는 '과의존(overreliance)' 우려가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AI 사용을 막기보다 수업별 사용 기준을 세우고 평가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AI를 활용해 공부하는 학생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https://image.inews24.com/v1/3a1c888e5b99a4.jpg)
16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는 국내 대학생 726명을 조사한 결과, 76.4%는 학업이나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60% 이상은 AI 활용이 문해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AI를 학습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은 동시에, 지나친 의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다만 해당 조사는 실제 사고력이나 문해력 저하 여부를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AI 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논문과 수학, 코딩 등 대학 학부 과정의 상당수 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MIT는 AI 사용 자체보다 학습 과정에 주목했다. 학생이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AI에서 답을 찾으면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위원회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사고와 기억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답을 얻은 뒤 실제 이해 수준을 과대평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MIT 학생들 역시 AI 의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에 인용된 2025년 MIT 학생신문 '더 테크(The Tech)' 조사에서 학생 46%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다. 30%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이용했다. 90%는 AI 과의존을 우려했다.
AI가 학습 과정뿐 아니라 과제 결과물까지 대신하면서 대학의 평가 방식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과제와 보고서는 학생의 이해도와 실력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AI가 과제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MIT가 AI 사용 금지보다 교육 방식 조정을 제안한 이유다.
위원회는 우선 과목마다 AI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수업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보조 수단으로 제한하고, 필요하면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평가 방식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제출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토론과 대면 수업, 구술 평가, 실습 등을 활용해 학생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방안이다.
국내에서도 구체적인 운영안이 제시됐다. 박남기·송현진 연구진이 참여한 교육부 연구는 과제별 AI 사용 범위를 미리 정해 학칙과 강의계획서, 과제제출시스템(LMS)에 표시하도록 제안했다. AI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일부만 허용하는지, 사용할 수 없는 지를 학생이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AI를 일부 허용한 과제에는 어떤 AI를 어디에 활용했는지 기록하고, 그 과정도 함께 제출하는 방안을 담았다. 대학 차원에서는 사용 가능한 AI 도구와 입력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미리 정하도록 했다. 학생마다 AI 이용 환경이 다른 만큼, 이 같은 차이가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필요성도 되짚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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