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스테이블코인 막을 능력·권한 있나

"페이스북, 아시지요?" "페이스북 Libra, 아십니까?" "페이스북 Diem, 들어보셨습니까?"

2019년,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리브라(Libra)'라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100개 글로벌 기업이 각각 1000만 달러씩 출자하여 총 10억 달러 규모의 리브라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디지털 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야심찬 시도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의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통화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강한 규제 신호를 보냈고, 결국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포기하고 프로젝트명을 '디엠(Diem)'으로 바꿨다. 디엠은 소리 없이 흩어졌지만, 이 사건은 국가의 통화주권과 민간의 기술혁신이 충돌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대표 사례다.

같은 사례였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디엠을 막을 수 있었을까?

물론 그 때는 지금과 다르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페이스북 디엠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질문을 생각해 본다.

1.페이스북이 가입 연도에 비례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디엠을 지급한다면?

=예컨대 5년 이상 가입자는 5 디엠, 10년 이상 가입자는 10 디엠을 지급 받는 방식이라면, 그 지급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가?

=디엠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정통화도 아니고, 기존 가상자산처럼 '투자 목적의 거래소 상장 코인'도 아니다. 일종의 보상형 디지털 토큰일 뿐이다. 지급 그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2.페이스북 디엠을 지급받은 대한민국 국민은 국내외 이용자에게 디엠을 전송 또는 증여해도 되는가?

=법정화폐가 아닌 디지털 포인트 또는 '사적 채권'의 형태로 기능하는 자산에 대해, 전송이나 증여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있을까의 문제이나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으로는 충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3.페이스북 쇼핑몰 또는 페이스북 제휴 쇼핑몰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디엠으로 결제를 해도 되는가?

=페이스북이 만든 쇼핑 플랫폼, 또는 디엠을 결제수단으로 연동한 글로벌 쇼핑몰이나 이커머스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디엠이 '실질적 화폐 기능'을 하게 되는 순간, 지금까지의 소비자 보호 체계, 온라인 쇼핑몰과 전자 금융업자 규제, 디지털자산 규제 등의 부문에서는 매우 복잡한 지형이 펼쳐질 것이다.

4.대한민국 국민은 페이스북 디엠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해도 되는가?

=디엠 현금화 또는 암호화폐 스왑(Swap) 거래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규제를 받는 '가상자산 거래'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를 이용한다면 금융당국의 감독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해외 플랫폼 대비 국내 플랫폼 역차별 이슈가 발생할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산업계와 금융계는?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준비된 자에게만 미래는 희망이고 기회이다.

앞으로 등장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빅테크 머니 등 다양한 디지털 화폐 실험들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배장원 보좌관, 국회 정무위원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병역특례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뒤 외국계 이동통신 기업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40세부터 경기도 문화창업플래너 과정을 거쳐, 사회적기업과 소상공인 창업에 도전했다. 현재는 제21대·제22대 국회 정무위원회 보좌관으로서, 금융·공정·보훈·가상자산 등에 대한 정책과 법안을 담당한 바 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