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은 STO(Security Token Offering) 라고도 하며, 주식 발행과 유통 측면에서 기존 주식시장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발행 측면에서, 건물 · 태양광 및 해상풍력 발전소 · 지식재산권 · 미술품 · 항공기엔진렌탈 ·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기초로 하여 소액 단위의 분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증권이다. 전통적인 주식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발행과 유통이 이루어지며, 거래의 투명성과 신속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발행 측면에서는 투자금 및 배당 수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물자산에 연계된 증권을 디지털화할 수 있고, 유통 측면에서는 탈중앙화된 장외 플랫폼이나 디지털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야구장 건설 및 운영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STO를 발행하면, 해당 증권 보유자에게 경기 입장권, 좌석 할인, 굿즈 우선 구매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팬덤 기반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본 칼럼에서는 토큰증권을 편의상 STO로 통칭한다.
STO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디지털자산 허브’ 구상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STO 법제화가 완료되면,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자산의 공모 및 유통이 가능하며, 이는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 발행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즉, '국내 ICO 허용' 논의는 STO 다음이라는 뜻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 은 '국내 ICO 허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아직 상임위 심사는 요원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에서 규율하는 여러 코인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미국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원화 기반 또는 원화 금융상품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워낙 막대할 것으로 예상영향이 클 수 있기에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규율할 것인지, 별도 법으로 규율할 것인지에 대해서부터 고민을 하고 있다. 원화 기반 또는 원화 금융상품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올 때마다, 특정 회사 주가가 요동을 치는 상황을 보면, 제도적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정무위 법안소위 STO 패싱
STO 법안은 2023년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논의 한 번 못하고 폐기되었다. 2024년 가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대표발의로 STO 법제화는 22대 국회의 몫이 되었다. 대선 과정에서 STO 를 허용해야 한다는 양당 후보의 공통 공약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안건에 STO 법안이 포함되었다. 심사 안건 37건을 정하는 것과 심사 안건 중 어떤 순서로 심사를 하고 통과시킬 것인가는 양 당 간사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STO 법안은 37건 법안 중 34번째 순서에 자리를 잡았다. 결론적으로 오랫만에 열린 그리고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STO 법안은 심사를 시작도 못하고 패싱당했다. 당초 오전에 열리기로 된 법안소위가 오후 2시로 늦춰진 이유도 있었겠으나, 물리적으로 하루에 37개 법안 (구체적으로는 10여개 법안 안건)을 하루에 심사하고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국회 정무위원회는 STO법제화를 다시 미뤘다. 언제 법안소위가 열릴지는 모를 일이다. 회사에서는 회의 때 논의하다가 미루게 되면 다음 회의 일정을 정하고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는 회의를 마치면 다음 회의는 다음 기회에 협의한다.
STO 기업은 속이 타고 돈이 녹는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지정을 받아 STO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은 총 6곳이다. 이 중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펀블은 이미 샌드박스 지정 기한(4년)을 초과했으며, 갤럭시아머니트리와 에이판다는 비교적 최근에 통과되었고, 아직 공모 절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뮤직카우는 서비스는 운영중이지만 아직 블록체인 기반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6개 업체는 각기 시차는 다르지만 올해안에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으로 인가신청을 해야 내년에도 사업을 지속영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플랫폼 구축에 소요되는 고정비다. 블록체인 기반의 STO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는 데는 통상 20억 원 이상이 소요되며, 관련 시스템과 인력 확보에 따른 선제 투자도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미 사업을 포기한 기업도 존재하며,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애쓰는 핀테크 기업도 많다. 심지어 2024년 6월, DB증권조차 코스콤의 공용 STO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며 자체 구축의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이는 비단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대형 금융기관에게도 규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회피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경제의 발목을 정치가 잡아서는 안된다. 잡아야 할만큰 중요한 이유가 있을 때만 잡아야 한다. 'STO 법안에 여야 이견이 없다'는 몇 년 째 반복되는 희망고문은 업계의 돈을 녹게 만들고 있다. 그 사이 금융위원회는 열심히 STO 제도를 설계하고 있고, 대부분 설계의 중심은 규제 강화로 귀결된다. 국회가 STO에 관심을 갖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는 동안 금융위원회가 만들고 있는 규제에 대해서는 다른 지면에서 다룰 예정이다.
일하는 국회, 법안소위 상시화
2021년 3월에 시행된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는 매월 2회 이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는 3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이미 아무도 안 지켜도 되는 법이 된지 오래다.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는 국회의원의 법안을 심사하고 논의하고 통과시키거나 보류시키거나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기업과 국민들은 특정 법안에 대해 어떻게 논의가 진행될 것인지 가늠해 보며, 각자의 계획을 수립하고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법안소위 자체가 매우 드물게 열리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인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새로운 사업을 미리미리 준비하기 보다는, 정부의 결정이 나면 그 때부터 사람을 뽑고 시스템을 준비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먼저 나서는 자가 돌을 맞고, 돈을 잃는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병역특례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뒤 외국계 이동통신 기업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40세부터 문화창업플래너 창업교육 과정을 거쳐, 어르신 책과 잡지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커피숍을 창업하며 지역 활동을 하다 제21대·제22대 국회 정무위원회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국회에서 금융·공정·보훈·가상자산 등에 대한 정책과 법안을 담당했고, 현재는 신성장연구소 및 성동장원(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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