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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개시 20일 만에…속도 떨어지는 '김건희 특검'


HS효성 조현상 부회장, 외국 나가 연락 안 받아
삼부토건 이기훈 도주…해외 밀항 가능성
이종호·김영선·명태균도 소환일정 조율 난항
'尹 전 대통령 부부 소환' 앞두고 차질 불가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요 참고인과 핵심 피의자들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연락 마저 닿지를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개시 20여일 만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22일 이른바 '집사 게이트' 연루자로 지목된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을 통해서도 귀국일자와 출석일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HS효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에게 약 3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열사 돈을 모아 오아시스펀드를 통해, 김씨가 사실상 설립·운영한 렌트카업체 비마이카(현재 IMS렌트카)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진 2023년 전후로, IMS의 자본은 이미 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실한 검증 없이 회삿돈으로 투자해 손해를 끼쳤다면 최고 경영진에게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특검팀은 IMS에 투자된 자금 상당액이 대가 관계를 고리로, 김 여사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지난해 2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상공회의소 정기 의원총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특별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조 부회장의 신분은 아직 참고인이다. 특검팀은 '김건희 집사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뒤 지난 17일 소환 전, 조 부회장을 출국 금지 조처했다. 같은 시기 IMS에 투자했던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 한국증권금융 최고 관리자들도 같은 신분으로 조 부회장과 동일한 날짜에 특검 소환을 앞두고 있었다.

조 부회장을 뺀 나머지 경영자들은 특검이 소환을 통보한 지난 17일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만 건강상 사유로, 특검팀과 조율을 거쳐 카카오모빌리티 전 최고재무관리자(CFO) 이모씨와 류긍선 현 대표가 각각 19일과 21일 출석해 조사받았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 관련 기업가들을 소환하면서 조 부회장의 출국금지 조처를 일시 해제했다. 조 부회장은 사전 베트남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제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회의 의장 자격이다. 특검팀은 이를 고려해 출석일을 당초 17일에서 지난 21일로 연기했으나 조 부회장은 불출석했다.

국제회의 참석차 해외체류 중이더라도 특검과의 연락마저 끊은 것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석 요구에 응한 다른 기업 경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집사 게이트 의혹'을 받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팀 관계자는 조 부회장 출석 예정일이었던 전날(21일) "조 부회장이 귀국하면 다시 못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출국금지 조처 해제) 약속을 해줄 수 없다고 하니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만 체포영장은 아직 고민하지 않고 있다. 확정적 도주의사라고 보기 어려워 더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도 "신속히 귀국 및 출석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HS효성 측은 이날 <아이뉴스24>에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조 부회장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집사 게이트 핵심'인 김씨는 대선 정국을 앞 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잠적한 상태다. 특검팀이 수사 개시를 시작하면서 여권을 무효화 했다. 동시에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경찰청의 협조로 인터폴 적색수배(국제수배)를 내렸지만 김씨는 태국과 인근 동남아 국가를 오가며 도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도피 중이 아니며,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특검팀과는 접촉을 피하고 있다. 특검팀은 대신 김씨의 아내 정모씨에게 23일자로 소환을 통보하고 지인 및 관련자들을 상대로 IMS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부토건이 입주한 빌딩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5.7.3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역시 지난 17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핵심 피의자다. 벌써 일주일 째 행방이 묘연하다. 그러는 사이 밀항 우려가 크다는 첩보까지 입수됐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도주 즉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지명수배를 내리고 추적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2일 유효기간이 만료된 구인영장을 반환하고 새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거팀을 구성해 경찰의 협조를 얻어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의혹'의 또다른 핵심 혐의인 '공천개입' 의혹 당사자들도 특검팀의 출석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일정을 임의로 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오는 23일 또는 24일 출석해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일방적으로 변호인 일정상 8월 7일만 가능하다며 연락을 끊기도 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역시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이달 28일 오전 10시 출석하라는 통보서를 특검팀이 창원까지 내려가 전달했지만 사전에 잡혀 있는 일정이 있어 출석이 어렵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또한 전날에 이어 이날 출석시켜 조사하려 했으나 이씨는 다음주에 출석하겠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2025.7.21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이 맞닥뜨릴 만만찮은 조사 대상자들은 또 있다. '원조 윤핵관'인 국민의힘 권성동·윤상현·윤한홍 의원 등이다. 권 의원은 김 여사와 전 통일교 간부의 '금품수수 및 해외 사업 편의' 의혹 관련 참고인, 윤상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김 전 의원·명씨 간 공천개입 혐의(업무방해)의 피의자 신분이다. 윤한홍 의원도 명씨의 '공천개입 폭로 무마' 의혹 참고인이다. 이 세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은 특검의 수사를 "정치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아도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29일, 김 여사에게는 내달 7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특검팀이 각종 의혹 관계자들의 소환 일정을 이달 중순부터 하순까지 집중적으로 잡은 것은 윤 전 대통령 부부 소환 조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소환이 차질을 빚으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8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탄 차량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복수의 역대 특검 관계자들은 수사가 더 진행 될수록 수사 속도와 함께 집중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수사했던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근본적으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많다고 했다. 그는 "법에 적시된 수사 대상 혐의가 16개지만, 마지막 16호를 넣는 바람에 사실상 무제한 수사가 된 셈"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2조 1항 6호는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법조인은 "인지되는 범행은 모두 수사 대상이다. 최대기간 170일을 모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다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같은 특검에서 활동한 다른 법조인은 "더 문제인 것은 인지 건이 법에 적용된 혐의보다 더 긴급하고 중한 경우"라고 했다. 그는 "수사는 생물과 같아서 어느 사건이 어떻게 확대될 지는 알 수 없다. 기본 수사를 하겠다고 더 큰 인지사건을 덮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런 것들이 하나 둘 나오게 되면 수사력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수사한 또 다른 법조인은 "'3대 특검' 인력 배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내란 특검이 최대 267명으로 가장 많지만, 이미 검경에 공수처까지 나서 수사한 사건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들여다보지 못한 '김건희 의혹' 수사에 더 많은 전력을 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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