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SK스퀘어(대표 한명진)가 11번가 매각과 관련해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1번가 기업공개(IPO) 실패에 따른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SK측에 책임을 묻는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SK스퀘어의 11번가 매각 진행 상황을 Q&A 형식으로 짚어봤다.
![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사진=SK스퀘어]](https://image.inews24.com/v1/fa02d201f523f7.jpg)
-SK그룹은 11번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한가?
11번가의 IPO가 무산됐지만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아직 구체적인 청산·매각 로드맵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FI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 전략이 모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11번가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은 11번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SK스퀘어는 2023년 콜옵션 미행사 이후 11번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잠재 원매자들과 수십 차례 이상 접촉했다. 큐텐, 알리바바, 아마존 등과 협상을 이어왔다.
지난해 중순에도 오아시스마켓과 막바지까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막판에 인수가 무산됐다는 게 SK스퀘어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11번가 문제로 경영진이 교체됐다. 새로 취임한 한명진 SK스퀘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SK스퀘어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상황에서도 SK스퀘어가 주도적으로 원매자들과 접촉하며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4분기로 알려진 콜옵션 행사 시점에 맞춰 해결 방안을 띄울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SK그룹 차원에서도 11번가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1번가 IPO 무산 시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약속했나?
일각에서는 SK스퀘어가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IPO가 실패하면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FI가 풋옵션(지분매도청구권) 대신 콜옵션 중심 구조에 동의한 배경으로 SK스퀘어의 묵시적 약속을 거론한다.
실제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양측은 5년 내 IPO가 무산될 경우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FI 보유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가 SK스퀘어 보유 지분까지 포함해 11번가 전체를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콜옵션은 법적 의무가 아닌 권리에 해당한다는 게 SK스퀘어의 측 설명이다. 콜 앤 드래그 구조는 투자자와 피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상호 보호 장치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약속이나 확약으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고 회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드래그얼롱이 별도로 존재했다고 한다면 FI가 콜옵션만 기대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오해는 왜 생겨났나.
시장의 관행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FI 입장에서는 풋옵션이 투자금 회수에 유리하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회계상 부채로 인식해야 하므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풋옵션 대신 콜옵션 조항을 선택했고 FI는 상대적으로 기업 측에 우호적인 구조를 받아들였다.
다수 FI가 대기업 투자 거래를 따내기 위해 계약상 기업 측에 유리한 당근을 제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당시 시장에서는 이런 계약 구조를 바탕으로 'SK스퀘어가 결국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 관행이 오해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져오던 관행이 깨진 만큼 SK스퀘어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시선도 있다. 향후 SK스퀘어가 11번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SK스퀘어는 국민연금 자금을 유치해놓고 상환 의무를 외면한 건가?
시장 일각에서는 SK스퀘어가 국민연금으로부터 11번가에 자금을 유치해놓고 매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GP)가 유치한 출자자(LP)였다. FI로부터 유치한 5000억원은 H&Q코리아가 주도한 컨소시엄(나일홀딩스)을 통해 유치된 자금이다. 국민연금은 이 컨소시엄 LP로 3500억원을 투자했다. SK스퀘어가 직접 국민연금과 계약을 체결한 구조는 아니다.
LP는 펀드 성과에 따른 수익 또는 손실을 분담할 뿐, 운용 전략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SK스퀘어는 LP 자금을 상환할 법적 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SK스퀘어는 최대주주로, 협조적 태도에 대한 시장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MBK-홈플러스 사태와 11번가 문제는 비슷한 상황인가?
표면상 유사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MBK파트너스의 국민연금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자, 11번가 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두 사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SK스퀘어는 단순 FI가 아니라 11번가 최대주주로서 수익성 개선에 관여했다. 11번가는 오픈마켓 부문에서 1년 이상 흑자를 기록 중이며 외부 차입도 없다.
배당 구조도 다르다. FI는 2018년 이후 총 575억원 배당을 받았지만, SK스퀘어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이는 SK스퀘어가 이익 편취보다 FI 수익 보장에 무게를 두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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