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배터리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원안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배터리 업계가 안도를 보였다. 미래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투자와 사업 진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특정국 공급망 규제안인 '금지외국기관(PFE)' 도입으로 '탈중국' 등 공급망 전환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한-미 배터리 신 협력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21일 서울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 '미국 OBBB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a7fbce66c3816.jpg)
美 배터리 AMPC 유지⋯금지외국기관(PFE) 신규 도입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21일 서울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 '미국 OBBB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가 주최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코트라, 산업연구원, 법무법인 대륜이 후원하며 배터리, 태양광, 풍력, 충전기기 등 미국 OBBB 법률과 관련된 업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올해 예산조정법안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제정했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OBBBA 제정에 따른 배터리, 태양광 등 미국 투자기업과 협력기업의 투자·생산·공급망 대응전략과 기회요인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커빙턴 앤 벌링(Covington & Burling LLP)의 구자민 외국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의 홍욱선 외국변호사, 정현 회계사가 OBBB 법률의 배터리 분야 세제 개편 주요 내용 등을 중점으로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 시행규칙을 통해 자격요건과 준수기준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우선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45W)는 2032년 말까지 유지예정이었던 일반(최대 7500달러)·상용(최대 4만 달러)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가 OBBB 법률에 따라 오는 9월 30일 이후 취득 차량부터 폐지된다.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45W)도 같은 시기 폐지된다. 단, 지난 5월 12일 이전 계약에 따라 획득되고, 2033년 1월 1일 이전에 서비스가 개시된 차량은 예외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45X) 배터리의 경우, 세액공제 적용기한과 직접환급제, 제3자 양도는 IRA 원안을 유지키로 했다. 다만 PFE에 대한 정의와 물질적 지원(Material Assistance) 요건은 신규 도입됐다.
세액공제 적용 기한은 하원 법안에서 1년 단축(2031년까지 허용)됐던 세액공제 수혜 기간이 IRA 원안대로 유지(2032년까지 적용)된다. 또 핵심 광물에 한해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1년 연장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터리 세액공제 적용은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감축된다. 2029년 100%→2030년 75%→2031년 50%→2032년 25%→2033년 0%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핵심광물은 2030년 100%→2031년 75%→2032년 50%→2033년 25%→2034 0%로 감축된다.
AMPC의 3자 양도는 기존에 미국 하원 안에서 조기 폐지(2027년까지 허용)됐던 양도(transferability) 조항이 OBBB 법률에서는 IRA 원안대로 2032년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유지됨에 따라 투자기업의 자금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금지외국기관(PFE)은 기존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에만 반영됐던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을 강화한 PFE 규정을 도입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배제해 특정국의 공급망 탈피 기조를 유지한다.
청정전력 생산세액공제(45Y)와 투자세액공제(48E)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은 2027년 말 혜택 종료로 수혜기간이 축소됐다. 원자력·지열·수력은 2036년까지 세액공제 연장되나, 에너지저장장치(ESS)는 IRA 원안을 그대로 유지해 2032년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2033년부터 단계적 감축된다.
다음으로 발표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소연 외국변호사, 이연우 변호사, 김의현 변호사는 특정국 공급망 규제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PFE의 정의와 PFE의 실질적 지원(Material Assistance) 요건, 기업준수(Compliance)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 특정국(Covered Nation)의 PFE가 미국에 투자, 제조생산한 경우에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청정전력 투자세액공제(ITC), 생산세액공제(PTC) 등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PFE는 특정외국기관(SFE)과 외국영향기관(FIE)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 규제를 받게 된다.
PFE의 첫 번째 유형인 SFE는 △국방수권법(NDAA)에 정의된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외국기관(화웨이·DJI 등)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중국군사기업(CATL 등)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따라 지정된 기관 △국방수권법에 따른 국방부의 배터리 조달 제외기관(CATL·BYD 등) △외국통제기관(FCE) 총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중 FCE는 △특정국(북한·중국·러시아·이란)의 정부 △특정국 정부의 기관 또는 산하기관 △특정국의 국민 또는 시민권자(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는 제외) △특정국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본사가 특정국에 있는 법인 △위 네 가지 단체에 의해 지배(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50% 이상 소유)되는 단체가 해당한다.
PFE의 두 번째 유형인 FIE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SFE가 임명권이나 지분, 채무관계로 영향력(Influence)을 행사하는 경우 또는 특정 SFE가 실효적 통제권(effective control)을 부여하는 경우로, 이 때는 SFE가 아니어도 PFE로 간주된다.
PFE의 실질적 지원(Material Assistance)의 경우, PFE 실질적 지원에 대한 판단기준을 정량화하기 위해 '실질적 지원 비용 비율(MACR)'이 도입됐다. 세액공제 수혜기업은 MACR 연도별 한도에 맞춰 특정국 재료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 등과 같은 직접 재료비용 중에서 비(非) PFE의 직접 재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PFE에서 생산된 자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도를 초과하면 세액공제에서 배제된다.
비율 한도의 경우, 배터리는 2026년 60%→2027년 65%→2028년 70%→2029년 80%→2030 이후 85%다. 핵심 광물은 2026~2029년 0%→2030년 25%→2031년 30%→2032년 40%→2033년 이후 50%가 적용된다. ESS는 PFE MACR을 법안 발효 첫해 60% 허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0년 이후 40% 한도로 허용된다.
기존 하원안은 PFE로부터 어떠한 실질적 지원을 받기만 하더라도 AMPC 수혜가 배제됐지만, OBBB 법률은 '실질적 지원 비용 비율(MACR)'이라는 산식(formula)을 도입해 배터리 공급망 현실을 반영했다. 다만, 비(非) PFE 비율 산정 시 1차 공급사만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련한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2기 공급망 재편, 한미 배터리 협력과 신수요 시장 진출 기회로 활용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 요인을 발견하고, 새로운 한미 배터리 협력방안과 신수요 시장 진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코트라는 새로운 변화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신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신규 바이어 발굴(미 드론·드론 관련 솔루션, 건설장비, 선박, 방산 등 배터리 설계·제조) △미중 갈등 속 새로운 대체처와 협력처를 발굴하는 수요 △북미 내 2차전지 글로벌 전시회 참석 등을 제안했다.
산업연구원은 배터리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무인 무기 체계 개발 강화로 인한 군사용 드론 시장 확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ESS 보급 확대 전망을 카드로 제시하며 한미 배터리 협력 사례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21일 서울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 '미국 OBBB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b405ed24f32b.jpg)
외교부 "美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노력 지속⋯'한국동반자법' 입법 추진"
외교부 주최로 한국 기업의 미국 비자·입국 절차와 실무 대응 노하우를 제시하는 설명회도 진행됐다. 최근 미국 내에서 대체 가능한 인력이 있거나 ESTA(전자 여행 허가)를 통해 반복 입국해 장기 체류한 이력이 있는 경우, 비자 승인 지연이나 거절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미아 법무법인 대륜 미국변호사는 미국 비자의 주요 유형 중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주 신청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B1·B2 비자에 대한 인터뷰 준비 노하우를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시 출장과 연구 계획, 직무 연관성 등 본인의 전문 분야와 직접 연결된 내용을 중심으로 구체적이고 일관된 계획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외교통상자원부 북미경제외교과장은 일부 미국 진출 기업들이 겪고 있는 비자 발급·입국 거부 관련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자·입국 제도와 주요 동향을 설명하고 미국 관계 기관을 통해 파악한 유의사항과 권장사항을 공유했다.
특히 외교부가 우리나라 전문인력을 위한 별도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음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 인력의 원활한 미국 방문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더('E-4'비자)를 신설하는 '한국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성윤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배터리 산업은 기술,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 등 세계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에 서 있는 산업이자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략산업"이라며 "오늘 설명회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민관이 함께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번 OBBB 법률의 제정으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존속되는 등 우리 배터리 기업의 미국 투자생산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지외국기관(PFE) 도입으로 우리기업의 공급망 전환 부담은 있지만, 중국의 미국시장 진출 차단에 따른 기회요인이 크다"며 "한미 양국이 OBBB 법률을 적극 활용해 한미 배터리 공급망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로봇, 국방,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사업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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