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내수 침체, 영업 규제 등으로 위기에 몰린 대형마트가 가격을 10원이라도 낮추는 '초저가'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커머스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출혈 경쟁이라 볼 수도 있다.
대형마트들의 릴레이 초저가 행사가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있어서다. 저렴하면서 품질도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PB 상품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롯데마트가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는 'PB 페스타'가 대표적다. PB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상품 500여개를 선정해 최대 50% 할인한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PB 상품 가격을 오히려 내리기도 했다. '오늘좋은 1등급 우유'는 약 3%, '오늘좋은 백미밥'은 약 16% 인하했다.
이마트의 프리미엄 PB '피코크'도 17일까지 국내 헬스케어 트레이닝 앱 '런데이'와 협업해 만든 콜라보 상품을 할인한다. 그래놀라, 오트밀, 두부면 등 '헬시 플레져' 품목을 시중 제품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다.
홈플러스 역시 오는 23일까지 봄철 캠핑·나들이객을 겨냥한 '메가 캠크닉 대전'을 열고 먹거리와 캠핑용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할인 품목에는 PB '심플러스' 캠핑체어, 그늘막텐트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PB 상품은 대형마트 할인 행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우, 연어 등 체감 할인이 큰 품목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모으고, 전략적으로 PB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PB 상품은 제조사 브랜드(NB) 상품보다 수익성이 높다. 할인 행사로 마진율이 줄더라도 PB로 일부를 메꾸는 것이다. 해당 대형마트에서만 살 수 있다는 차별점도 갖는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과거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전문성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상품의 질도 끌어올렸다. 일부 PB 상품은 좋은 협력사를 찾기 위해 기획 기간만 수개월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롯데마트 PB 매출은 전년 대비 2022년 15%, 2023년 15%, 2024년 5%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출은 2015년 출시 당시 243억원에서 지난해 1조3900억원으로 뛰었다.
또 PB 확대 전략은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 속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가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은 관세가 오르면 가격 인상 압력이 높아진다. 반면 PB는 직접 생산하는 만큼 적정 원가를 지킬 수 있다.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더욱 돋보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PB를 중심으로 한 할인 행사가 경쟁사와의 대결보다는 온라인과의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통 사업 구도가 오프라인 간 대결이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품질, 같은 가격이라면 소비자들은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온라인 쇼핑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PB는 물가 상승에도 협력사와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같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 할인 행사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낮아지는 시너지가 생긴다"며 "현재 대형마트 PB 상품 비중은 20~30%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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