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3만원 이하 검정색 운동화 추천해줘."
광고는 없다. 로그인도 필요 없다. 챗GPT 대화창에 말을 걸기만 하면, 조건에 맞는 제품이 화면에 뜬다. 이미지, 가격, 별점, 후기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클릭 한 번이면 외부 쇼핑몰로 연결된다. 오픈AI가 지난 4월 28일 공개한 챗GPT 쇼핑 기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e4dfb5665e8f5.jpg)
제품 검색부터 비교, 구매까지 ‘AI와의 대화’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이번 기능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BBC,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온라인 쇼핑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시도"라며 호평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광고가 없다는 점이다. 구글이 검색 결과 상단에 스폰서 제품을 노출해 수익을 얻는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오픈AI는 "쇼핑 결과는 광고가 아닌 독립적으로 선정된 추천"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짜' 기능이 단순한 사용자 편의 제공 목적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오픈AI가 챗GPT를 검색·분석·쇼핑을 아우르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닷컴은 "광고 수익도,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는 설명 뒤에는 사용자 체류 시간 증가, 쇼핑 관련 행동 데이터 확보, AI 커머스 생태계 확장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크런치는 “이 구조는 장기적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향후 영향력이 커질 경우 새로운 형태의 상업화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포브스 역시 "사용자의 전체 대화 맥락을 활용한 초개인화 추천은 소비자의 선택을 미묘하게 유도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커머스, 광고, 제휴모델 등 다양한 수익화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포브스는 사용자의 '자동화 편향'도 위험 요소로 제시하며, “AI가 ‘이게 최선’이라고 제시할 경우, 사용자는 비교 없이 그 제품만 선택하게 되는 폐쇄적 소비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쇼핑 경험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오픈AI 관계자는 로이터에 "2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가 4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혀 이미 상당한 사용자층을 확보했음을 시사했다.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 플랫폼이 쇼핑까지 접수하게 되면 구글, 아마존 등 기존 빅테크와의 경쟁 구도도 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추천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편해졌지만, 플랫폼 입장에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광고 없는 공정한 추천 서비스로 보이더라도, 본질은 고객 행동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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