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미국인 교황' 탄생에…2000년 동안 왜 미국 교황 없었는지 보니

[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오랜 세월 동안 '초강대국 출신은 배제'라는 암묵적 규범을 깨고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레오 14세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미국 교황 선출이 불가능했던 이유로 '교황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했다. 미국은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패권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교황직까지 미국인에게 돌아갈 경우 가톨릭교회가 특정 국가의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티칸은 줄곧 교황이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이자 중재자라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슈퍼파워 국가 출신은 배제해 왔다"고 짚었다.

CNN은 "이번 선출은 그런 금기를 정면으로 깬 사건"이라고 보도했으며, PBS 역시 "교회가 미국 중심주의로 기울 수 있다는 불신이 오랫동안 교황직에서 미국인을 배제해 온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가톨릭 교황은 종교 지도자이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중요한 도덕 권위자로, 교황청은 오랫동안 정치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중립성을 유지해 온 가운데, 미국 출신 교황이 취임할 경우 교황청이 미국 내 정치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가톨릭교회가 지닌 보편성과 초국가성을 유지하려면 특정 국가의 국익에 휘둘리지 않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인 교황은 정치적 부담을 수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레오 14세가 모든 금기를 깨고 교황의 자리에 오른 데에는 미국 국적 외에도 페루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20여 년간 중남미 선교 활동을 하며 '국경 너머의 인물'로 평가받아 온 배경에 있다고 미언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미국인이지만, 최근 몇십 년간 미국 가톨릭교회의 주류와는 거리를 둬 온 인물"이라며 "교황청은 그를 미국인이면서도 '가톨릭 글로벌리스트'로 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