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라는 상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대주주에게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던 상장법인이 자사주 맞교환까지 꺼내들었다. 과거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 한화와 고려아연, 현대차와 KT 등 대기업집단이 취약한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해 구사하던 자사주 상호 보유를 중견 상장법인까지 동원한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방과 하이비젼시스템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28만7144주와 29만8842주를 각각 주당 1만5609원, 1만4998원에 오는 25일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처분 금액은 세방이 44억8203만696원, 하이비젼시스템은 44억8203만2316원이다.

세방의 계열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가 하이비젼시스템과 2차 전지 사업 관련 거래 관계를 맺고 있어, 양사는 향후 2차 전지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전략적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상호 보유하기로 했다.
전략적 사업협력 강화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취약한 대주주 지배력을 보완하기 위한 자사주 상호 보유 목적이 강하다는 평가다. 세방의 최대주주는 이상웅 회장이 최대주주인 이엔에스글로벌(지분율 18.53%)이다. 이상웅 회장도 17.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상웅 회장을 제외하면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만큼 자사주(7.04%)를 동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최두원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1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사주(16.22%)를 통해 우호 세력을 확보한 셈이다.
과거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CJ대한통운·신세계, 현대차와 KT 등 대규모 기업집단이 취약한 대주주 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사업 제휴를 맺고 자사주를 상호 보유한 사례는 있다. 그렇지만 중견 기업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 상호 보유를 택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보인다.
네이버는 2017년 전략적 제휴 목적으로 미래에셋증권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 모두 최대주주 지분이 취약해 자사주를 상호 보유해 의결권을 부활한 사례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외에 CJ대한통운·CJ ENM·스튜디오드래곤, 신세계·이마트 등과도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의 지분이 3.87%에 불과한 데 비해 자사주 비중이 5.77%이다. 미래에셋증권(1.78%) CJ대한통운(0.64%) CJ ENM(0.3%) 스튜디오드래곤(0.32%) 신세계(0.2%) 이마트(0.24%) 등 상호주를 보유한 상장법인의 지분율이 3.48%에 이른다.
고려아연도 최윤범 회장이 2022년 전략적 사업 제휴를 명분으로 LG화학, 고려아연과 자사주를 교환했다. 2023년에는 현대차와 KT가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취약하고, KT는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구조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보완한 경우다.
올해 들어 다수의 상장법인은 자사주를 계열회사나 최대주주에게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기초로 한 EB를 발행해 자사주 소각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 체제 바깥의 롯데물산에 자사주를 처분했고, 화승코퍼레이션과 헥토이노베이션·KPX홀딩스·리파인·사조대림·싸이맥스·인지컨트롤스 등은 최대주주에게 자사주를 매각했다. 한국카본·아이마켓코리아·SNT다이내믹스·SKC·KG에코솔루션·태광산업 등은 자사주를 기초로한 EB를 발행했거나 발행을 추진 중이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타 법인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거나 자사주 소각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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