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공교롭게도 시즌 개막전도 두산 베어스였는데."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외야수)가 눈물을 보였다.
롯데는 지난 11일 사직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롯데는 KIA 타이거즈(12일), 한화 이글스(14~16일)와 4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모두 원정이다. 따라서 두산전이 부산 홈팬 앞에서 치르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그리고 한 선수는 홈팬 앞에서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안권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재일동포다. 지난 2020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낮은 순번이지만 안권수는 2020시즌 68경기에 나왔고 주전은 아니었지만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롯데 안권수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 경기, 9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1타점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https://image.inews24.com/v1/221e2ce7033943.jpg)
지난 시즌 76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7리(239타수 71안타) 20타점 39득점 3도루라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벗었다. 이유는 있다. KBO리그에서 더 뛰려면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이런 그를 오프시즌 롯데가 영입했다.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 상황(올 시즌)이었지만 성민규 롯데 단장은 안권수를 데려왔다.
안권수는 올 시즌 개막 후 6월 중순까지 롯데가 상위권에 자리하며 '기세'를 이어갈 당시 힘을 보탰다. 리드오프에 주로 나왔고 개막 첫 달(4월) 타율 3할1푼8리(85타수 27안타) 2홈런 12타점 10득점 4도루라는 알토란같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팔꿈치가 문제가 됐다. 일본에서 야구를 할 때부터 종종 통증이 찾아오던 팔꿈치가 탈이 났다. 안권수는 5월 월간 타율 2할2푼(50타수 11안타)로 부진했다. 그리고 6월 2일 KIA전을 마지막으로 한 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안권수도 "너무나 아쉬운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되돌아 봤다. 만약이지만 안권수가 시즌 내내 4월과 같은 기량을 보였다면 성 단장의 선택은 '대박 영입' 케이스로 남을 수 있었다. 또한 팀 성적도 가파르게 하강 곡선을 그리지 않았을 수 도 있다.
![롯데 안권수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 경기, 9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1타점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https://image.inews24.com/v1/c6f24e992de0b1.jpg)
안권수는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현장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팀에 합류한 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시즌 초반 정말 '우승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 뿐만이 아니었다. 동료들 모두 같은 느낌이었고 그런 기분으로 플레이를 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롯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순위표 아래로 내려갔고 결국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안권수에게도 아쉬운 마음이 든 한 시즌이 됐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 두산에서 뛴 3시즌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 시즌 동안 롯데 소속으로 숙소 생활을 함께한 김민석, 윤동희(이상 외야수)라는 후배를 알게 되서다.
안권수도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롯데 팀 동료 특히 김민석과 윤동희는 정말 그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권수는 두산전에 좌익수 겸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경기 종료 후 안권수를 비롯한 롯데 선수단 정원은 그라운드로 나와 홈팬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지훈 구단 응원단장이 안권수에게 마이크를 건네자 경기 전 담담하게 말을 하던 그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 홈 경기 상대팀이 두산이 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며 "롯데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정말 열정이 넘치는 대단한 팬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롯데 안권수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전 경기, 9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1타점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https://image.inews24.com/v1/8b13aceb6de3fb.jpg)
안권수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 야구 선수 생활을 더이상 하진 않을 계획이다. 그는 "야구선수로 지금까지 뛰었기 때문에 (야구를)더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일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족들과 야구를 포함해 더 논의를 하고 내 스스로도 생각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이날 마지막 홈 경기는 안권수에게도 소중했다.
홈 경기 피날레 행사가 진행되던 가운데 '절친' 후배 중 한 명인 김민석도 기어코 눈물을 쏟았다. 사직구장 그라운드에선 안권수의 응원가 나온 뒤 '뜨거운 안녕'이라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안권수는 "일본에서만 생활하다 한국에 처음왔을 때는 솔직히 무서운 감정도 들었다"며 "그러나 두산과 롯데에서 4년을 보내는 동안 많은 도움도 받았다. 되돌아본다면 내게 정말 소중했던 그리고 좋은 경험이 된 기간이었다. 숙소에서 룸메이트였던 김민석, 윤동희에게 나 또한 많이 배웠다"고 얘기했다.
/부산=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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