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8개월 만에 1조 4597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2월 20일 기준으로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9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42개 그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8개월 전보다 12개 그룹이 늘어난 것이다.

태영, 신세계 등 기존에 담보 대출이 없던 그룹이 새롭게 대출을 실행한 것을 비롯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은 영풍그룹의 대출 증가가 전체 금액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담보 비중도 25.2%포인트(p) 증가했다.
오너일가 588명 가운데 164명이 보유 주식의 65.9%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9조 3747억원을 대출받았다. 2024년 6월(121명) 대비 43명이 늘었고, 담보 대출 총액도 7조 9149억원에서 1조 4597억원 증가했다. 주식담보 비중도 40.7%에서 65.9%로 확대됐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주된 이유는 경영자금 마련, 승계자금 확보, 상속세 납부 등의 목적이 크다.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도 의결권은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행사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올해 대출금 증가액이 가장 큰 그룹은 영풍이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 영풍 오너일가 18명은 공동 명의를 포함해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담보 비중은 86.2%에 달했다.
태영과 신세계의 경우 올해 새롭게 대출을 발생시시켜 상위권에 올랐다.
태영그룹의 경우 윤석민 회장(보유주식 1282만 7810주)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26만 6955주)이 공동 담보로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 주식 796만 493주 중 65%(517만 2911주)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마트 지분 매입 자금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14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10%)을 2140억 8630주에 사들였다.
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여전히 삼성이다.
삼성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세 모녀가 주식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의 총 대출금은 3조2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00억원 증가했다.
홍 전 관장이 대출금 상승을 주도했다. 보유 주식 9978만 7277주 중 절반이 넘는 5180만 1809주(51.9%)를 담보로 2조 1200억원을 대출받으며, 개인별 담보 대출금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 7800억원에서 34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대출금 변동 없이 각각 5800억원과 5782억원을 유지했다.
효성은 올해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컸다.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각각 5822억원과 1670억원을 빌렸다.
SK그룹의 경우 대출금은 233억가량 줄었으나 담보 비중이 38%에서 49%로 11%p 증가했다. SK가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대출금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195억원에서 76.9% 증가한 345억원을 대출 받았으며, 보유 주식 4820만주의 18.9%를 담보로 설정했다.
반면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대출금이 208억원에서 150억원으로 28% 감소했다. 보유주식 1만5078주를 매각해 일부 대출금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대출금이 급증하며 전체 대출금 규모도 네 번째로 많은 그룹이었다. 지난해 오너일가 3명만이 담보 대출을 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공동 담보 대출을 포함해 18명으로 증가하며 대출금액도 195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HD현대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은 4152억원으로 다섯 번째로 많았다. 전년(4175억) 대비 23억원 감소했으며 담보비중도 52.4%에서 51.1%로 소폭 하락했다.
LG그룹은 오너일가 5명의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4042억원으로 전년(3603억원)과 비교해 439억원 증가했다. 담보 비중도 22.4%에서 26.1%로 확대됐다. 구광모 회장의 대출금이 2995억원에서 3405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화그룹의 대출금은 지난해 1125억원에서 811억원 늘어나 2896억원으로 확대됐다. 주식 담보 비중도 45.1%에서 56.8%로 두 자릿수 상승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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