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교환사채(EB) 전액 인수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금산법 24조 위반 가능성과 공모규제 회피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기관이 일반기업의 지분을 20% 이상 사전 승인 없이 취득하는 구조이고, EB를 전량 셀다운(재매각)한다면 공모 규제 회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1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사주 27만1769주의 처분 대상이자 EB 발행 대상으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산업 자사주와 EB 인수 여부를 위한 내부심의를 진행 중이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태광산업 지분 27만1769주를 취득하게 되면, 이호진 전 회장(지분율 29.48%)에 이어 태광산업의 2대주주(24.41%)에 오르게 된다. 이 경우 한투증권의 태광산업 지분 취득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의 적용 대상이다. 금산법은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광산업 자사주 취득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투증권이 금산법 제24조를 회피하기 위해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EB를 인수하자 마자 전량을 셀다운(재매각)할 수 있다. 다수의 증권회사가 지분증권을 직접 인수하지 않거나 인수한 직후 셀다운하는 것처럼, 한투증권도 셀다운할 가능성이 높다.
한투증권 관계자도 "의결권 있는 주식을 취득하기보다는 투자은행(IB)로서의 기능을 위해 EB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셀다운 구조로 EB 인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EB 전량을 50인 이상의 일반투자자에게 셀다운할 경우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모 EB 발행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한투증권이 인수한 EB를 제3자에게 셀다운하면서 처분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불공정 자본거래로 간주될 수도 있다.
증권사가 단기적으로 EB를 인수한 뒤 곧바로 다수에게 셀다운하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EB 발행인이 직접 다수 투자자에게 EB를 발행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특정 증권사에게 사모로 발행한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50인 이상 다수에게 분산매각한 것이어서 조세회피 목적의 우회거래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
태광산업 이사회 구성원인 안효성 세무법인 세종 회계사가 한투증권을 대상으로 한 사모 EB 발행을 반대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세무상의 리스크를 우려한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태광산업 E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여서 교환가격이라는 주식으로서의 가치 외에 채권 성격이 전무하다. 이 때문에 한투증권의 취득 가격과 셀다운 가격, 교환 후 처분 가격 등에 따라서 조세 회피 목적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태광산업 EB의 자사주 교환가액은 주당 117만2251원이다. 해당 교환가격은 기준일 기준 110% 할증된 가격일 뿐, 교환가액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트로스톤자산운용이 해당 교환가격이 태광산업의 주당순자산가치의 25%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