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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은 뒷전…자사주 EB 다시 고개


국도화학·에스앤에스텍, 현금여력 충분한데도 EB 발행
정부 정책 취지 역행…“제3자 배정 증자 효과, 일반주주 희생” 지적

[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주주환원을 위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교환사채(EB) 발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EB 발행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에스앤에스텍(S&S텍), 27일 국도화학이 잇따라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내리고 EB 발행을 단행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 대신, 설비투자 재원 확보에 자사주를 활용한 것이다.

(위)S&S텍 홈페이지, (아래)국도화학 홈페이지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위)S&S텍 홈페이지, (아래)국도화학 홈페이지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S&S텍은 58만2843주의 자사주를 기반으로 357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확보한 자금은 극자외선(EUV) 블랭크마스크 양산 설비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콜옵션을 부여해 향후 EB를 재매입하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유동자산 1705억원, 이익잉여금 1474억원 등 내부 유보가 충분했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용인공장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바 있다.

국도화학도 보유 자사주 67만4496주 전량을 처분, 302억원 규모 EB를 발행한다. 조달 자금은 2026~2028년 해외법인 설비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도화학은 2017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여왔고, 반기보고서에서는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긴 방안은 소각이 아니라 EB 발행이었다.

국도화학 역시 재무 여력이 부족하지 않았다. 상반기 기준 유동자산 7916억원, 이익잉여금 6971억원에 달했으며, 유동비율도 147%로 단기 채무 상환 능력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회사 측은 “차입금 증가를 최소화하고 재무구조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시각은 냉담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 취지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사주를 직접 소각하지 않고 EB로 전환하는 방식은 사실상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기주식을 활용한 EB 발행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변호사는 “자기주식을 활용한 EB는 사실상 전환사채(CB) 발행과 같다”며 “전환권이 행사되면 유상증자 효과가 발생하는데, 본래 유상증자는 부도 위험 해소나 전략적 제휴 목적이 아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자기주식을 통한 EB 발행은 불법적 자금조달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에스앤에스텍이나 국도화학에 앞서 SKC, 이스트소프트, KG에코솔루션, 인터로조, 코스텍시스, 펩트론, 동방아그로, 아주IB투자, 진성티이씨, 모나용평 등도 자사주를 활용한 EB를 발행했다.

/김민희 기자(minim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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