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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이 남긴 것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지난해 9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이 1년을 맞았다. 일단 고려아연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소송은 계속되고 있고, 주주총회 때마다 이사회 장악을 위한 공방도 이어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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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각기 명분을 내세웠다. 영풍과 MBK는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었고, 고려아연은 적대적 M&A에 맞서 국가핵심공급망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남는 것은 명분보다 끝없이 이어진 고소·고발로 인한 피로감인 것 같다. 경영상 배임, 주식 취득, 주총 결의 효력, 손해배상 문제까지 24건에 달한다.

그러는 사이 양측 모두 경영상황이 악화했다. 고려아연은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입금이 10배나 불어 부채비율이 80%를 넘겼고, 영풍은 상반기 영업손실 1500억원을 기록했다. MBK는 홈플러스 매각 난항과 맞물려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명분을 내세운 싸움이 결국 양측 모두를 옥죄는 족쇄로 돌아왔다.

이 소모전은 또 업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게 더 문제다. 비철금속은 국가핵심공급망과 직결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경영권 다툼에 매몰되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본질적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이 각자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문어발식 확장 규제, 국가기간산업 보호 장치 마련 등 새로운 과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제도 논의조차 당사자들의 공방에 가려져 피상적으로 소비되는 분위기다.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영향이 크다.

분쟁 당사자들은 여전히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꺾어야 한다는 강박만 남은 가운데, 산업계와 시장은 "언제까지 이 싸움을 지켜봐야 하느냐"는 피로감을 토로한다. 기업의 책임과 사회적 신뢰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년의 싸움 끝에 얻은 것은 승리도, 교훈도 아니었다. 두 당사자들은 물론 업계와 시장에 드리운 깊은 피로감만 뚜렷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파고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고려아연과 영풍이 붙잡아야 할 것은 법적 공방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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