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거대한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바다 냄새와 금속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끝없이 이어진 파이프라인과 은빛으로 빛나는 탱크들이 마치 한 몸처럼 연결돼 금속성 울림을 자아낸다. 작업자들의 무전기 소리가 공장음을 가르며 메아리친다.
울산역에서 차로 30여 분 달려 도착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첫 이미지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https://image.inews24.com/v1/159cd996339d86.jpg)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자리한 온산제련소는 1978년 아연 제련공장으로 문을 연 뒤 47년간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43만 평 부지 위에 약 2014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곳은 아연을 비롯한 10여 종의 비철금속을 매년 100만 톤 이상 생산하며 우리나라를 '비철금속 강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고려'아연'이란 이름에 걸맞게 온산제련소는 한 해 63만 톤의 아연을 생산한다.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1978년 준공 당시 연간 5만 톤에 불과했던 아연 생산량은 40여 년간의 기술 축적과 설비 확충을 거치며 12배 이상 늘었다. 국내를 넘어 세계 비철금속 시장의 핵심 생산기지로 성장한 온산제련소의 변화는 한국 제련 산업의 발전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연 생산의 마지막 공정인 주조공정에 들어서자 직원 130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거대한 용융탱크가 불빛을 토해내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450도의 고열 속에서 은빛 액체가 틀로 흘러들어가며 단단한 아연괴로 식어갔다.
주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연은 크게 세 가지다. △고순도아연괴 △D/C아연괴 △합금점보아연괴가 그것이다. 고순도아연괴의 경우 철강 부식방지를 위해 도금용으로 사용되는 용융아연도금에 쓰인다. D/C아연괴는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기계 및 자재에, 합금점보아연괴는 자동차 강판 등에 널리 사용된다.
아연 하나당 무게는 1톤으로 현재 시세는 400만원 내외다. 특히 고려아연이 이렇게 생산한 합금점보아연괴의 경우 현대제철, 동국씨엠,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로 공급돼 강재의 내식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인듐 공정에서는 또 다른 진귀한 풍경이 벌어졌다. 작업자가 녹은 아연을 거푸집에 붓자 약 1분 내외로 인듐 완제품이 완성됐다. 은빛이 감도는 부드러운 성질을 지닌 인듐은 주로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쓰이는 투명전극(ITO) 소재의 핵심 원료로 활용된다. 또 반도체, 태양전지, LED 등 각종 산업 제품에 널리 활용된다.

온산제련소는 지난해 인듐 연 92톤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생산량을 크게 늘려 15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듐 한 개에 무게는 5KG에 불과하지만 개당 가격은 250만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생산된 인듐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대만으로 수출된다.
온산제련소는 세계 최대 규모 제련소답게 원료 공급 시스템 또한 거대하게 구축해 놨다. 고려아연이 생산에 사용하는 비철금속 원료는 자사 소유의 온산 3부두를 통해 곧바로 공장으로 반입된다. 주로 페루와 볼리비아 등 남미 지역에서 들여오는 고품질 광석이 중심이며 이렇게 생산된 완제품 비철금속은 국내외로 출하돼 수출 물량은 대부분 부산항을 통해 전 세계로 향한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6년 상반기 착공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게르마늄 메탈 환산 기준 약 1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 8월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만큼 게르마늄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https://image.inews24.com/v1/37feda85210f18.jpg)
온산제련소의 또 다른 자부심은 안티모니 제련 기술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이곳에서 매년 약 3600톤 규모의 안티모니를 만들어낸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방호소재, 합금 등 다양한 산업의 필수 원료로 쓰이며 최근 정부가 이를 ‘국가자원안보특별법’상 핵심광물로 지정할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다.
안티모니는 특성상 산화현상이 많이 일어나 불순물이 많다. 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게 생산의 핵심인데 온산제련소의 고도의 제련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김승연 온산제련소장은 "안티모니는 고려아연의 가장 큰 효자종목으로 최근 4~5배까지 가격이 올랐다"면서 "인듐,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이런 전략금속들은 우리 회사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핵심 사업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구체, 동박 등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으로도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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