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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에서 구리 만든다 [지금은 과학]


국내 연구팀, 폐수에서 구리 회수 흡착제 개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왜 폐수 속에 떠다니는 구리를 그냥 버려야 할까?” 반도체나 금속 가공 현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가치 있는 구리 이온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이온들은 너무 작아서 잡아내기 어렵다. 회수하지 못한 채 오염원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환경에도, 자원 측면에서도 너무 큰 손실이다. 최근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신재생 산업 확대 등으로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버려지는 폐수를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면, 나라 전체의 자원순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영균 박사의 설명 중)

폐수 속 구리의 환골탈태가 예상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재우 박사 연구팀이 복잡한 조성의 산업폐수에서 구리를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국내 연구팀이 폐수에서 구리를 회수할 수 있는 흡착제를 개발했다. [사진=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팀이 폐수에서 구리를 회수할 수 있는 흡착제를 개발했다. [사진=한국연구재단]

전자·에너지 산업의 핵심 금속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정된 매장량과 불안정한 공급망으로 회수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리를 회수할 수 있는 기존 공정은 고비용·복잡한 조건으로 대규모 적용이 어려웠다. 간단한 공정의 흡착 기반 기술이 주목받았는데 이 기술 역시 흡착 방식의 낮은 용량과 선택성으로 근본적 한계가 존재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성능이 낮은 흡착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잦은 교체로 인한 비용 발생은 효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높은 성능을 가지면서도 간편하게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흡착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표면에서만 금속이 붙는 기존 흡착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구리 이온이 캡슐 내부로 들어와 머무르고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구리 이온이 2차원 표면에서 3차원 결정으로 자라나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과정을 그대로 구현하는 ‘구리 재배 캡슐’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쌀알 크기 캡슐 내부에 3차원 방사형 구조를 다층적으로 배치했다. 구리 이온이 빠르게 흡착된 뒤 캡슐 안에서 구리 결정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캡슐은 기존 소재 성능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향상된 흡착용량 1602.3mg/g을 기록했다. 7회 반복 사용 후에도 성능 저하는 6.4% 이내, 50일 연속 운전에서도 구조적·기능성 안정성을 유지함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복잡한 산업폐수와 전자폐기물에서 구리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어 급증하는 구리 수요 속에서 안정적 자원 확보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고내구성·고선택성 회수 공정을 구현하며 반복 재생이 가능해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최재우 박사는 “캡슐 내부에서 성장한 순도 높은 구리 결정은 촉매·전극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재활용될 수 있다”며 “단순한 오염 제거를 넘어 폐수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순환 시스템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정영균 박사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반도체, 도금, 금속가공 등 여러 종류의 복합 폐수를 대상으로 적용성 테스트를 진행해 소재 성능을 더욱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논문명: Controlled in-situ crystallization in amine-rich millicapsules for hyper-efficient copper recovery)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퍼지트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10월 1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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