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글로벌 핀테크 혈맹을 맺었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를 합병해 통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3사의 강점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혁신을 꾀하는 한편, 5년간 10조원을 투자해 기술 생태계 확대에도 나선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사진=네이버]](https://image.inews24.com/v1/9b0ad95bce96a1.jpg)
이해진 "과거 인수합병(M&A) 없었으면 지금의 네이버 없었을 수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전날(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두나무 대 네이버파이낸셜 교환가액 비율은 1대 2.54로 정했다. 두나무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교환하는 식이다. 이로써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두나무가 편입되는 구조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두나무와 기업 결합을 선택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글로벌 진출이라는 꿈과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네이버는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해 온 역사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분 희석은 불가피했다"며 "만약 과거의 M&A가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 의장의 발언은 두나무와의 합병도 새로운 경쟁 국면 속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인프라 확보 등이 더 중요해진 AI 시대에 규모를 앞세운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도해 온 두나무와의 혈맹으로 주도권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의장은 "기업 합병은 외부에서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경험상 내부적으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희생과 고통도 따른다"며 "어렵지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 역시 모든 지원과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역량 결집⋯新 디지털 금융 혁신 공략
네이버파이낸셜은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해 왔다. 두나무의 핵심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세계 순위권에 드는 거래량을 보유한 사업자다. 3400만명이 넘는 이용자, 연간 80조원에 이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인프라와 두나무의 업비트 운영 경험 등을 더해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 혁신 서비스 등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함께 함으로써 간편결제·송금부터 디지털 자산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플랫폼의 탄생이 예고됐다. 기업가치는 20조원 규모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인프라 외에도 모회사 네이버가 검색, 쇼핑 등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인공지능(AI) 등 기술 역량을 보유한 만큼 3사가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사업 추진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도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뿐만 아니라 블랙록 같은 거대 기업이 채권을 토큰화(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꿈)하는 등 여러 가지로 기반이 다른 것이 큰 차이다. 그래서 (디지털 자산 관련) 거래와 결제 자체를 제외한 부분들을 좀 더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글로벌)으로 보면 서로 다른 기술이나 분야가 점점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이런 배경이 네이버, 그리고 네이버파이낸셜과 힘을 합치기로 결정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두나무와의 합병으로 관련 수익을 네이버의 AI 기술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AI 기술을 다시 업비트 등의 서비스 고도화에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생태계 육성·경쟁력 강화 위해 5년간 10조원 투자
네이버와 두나무는 정보통신(IT) 기술을 기반으로 누구나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 생태계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계획과 관련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나 웹3 기술의 공통 기반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기반 투자를 비롯해 인재 양성 등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이나 포용적인 AI 생태계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살펴보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안이나 인프라 등에 대한 기본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부문을 선점해 3사가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향후 사업 구상, 추진 계획과 관련해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앞으로 정책 방향에 따라 준비하려고 한다"며 "정부의 규제 기조와 방향성에 맞춰 기술적인 부분들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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