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로 알려진 합성니코틴이 기존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될 시점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담배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올 전망입니다.
![서울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다양한 맛의 전자담배 용액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4ab0df7103024.jpg)
합성니코틴을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과세·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12일 한 차례 계류됐던 법안이 재심사 끝에 의결된 겁니다. 1989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연초의 잎(담뱃잎)을 원료로 하지 않은 물질을 ‘담배’로 처음 규정하게 됐습니다.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업계는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돼 의결되길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됩니다.
◆합성니코틴, 왜 규제하려고 하나
합성니코틴은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으로, 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됩니다. 담뱃잎·줄기·뿌리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과 화학 구조는 동일하지만,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각종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길거리 전자담배 판매점이 급증했고, 특히 무인 판매점을 중심으로 청소년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긴 하지만 타인의 신분증 도용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길거리에 전자담배 판매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무인 판매점을 중심으로 청소년이 담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컸습니다. 최근 청소년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여야 법사위원들을 찾아 "청소년 흡입 사례와 전자담배 노출 위험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연된 건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큰 실망과 우려를 안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다양한 맛의 전자담배 용액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41e219afe2c6a.jpg)
판매자들도 볼멘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프라인 전자담배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람이 있는 매장의 경우 청소년이 찾아올 경우 '너희는 호기심에 오지만 잘못하다가 우리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라고 제지하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며 "반면 무인 자판기나 온라인의 경우 구매에 실패해도 다른 곳 등을 통해 계속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다"고 말합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규제에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천연니코틴 기반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해 온 BAT로스만스는 기존 담배와 동일한 세금을 부담해 왔던 만큼 규제 형평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기존에 세금을 내지 않던 일부 오프라인 전자담배 판매점들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오프라인 전자담배 판매점은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은 곳과 받지 않은 곳으로 나뉘는데요. 겉모습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담배소매인 영업소 간 지정 거리가 100m로 제한돼 있어 공식적으로 소매인 지정을 받은 판매점은 상대적으로 외딴곳에 위치하고 지정을 받지 않은 판매점은 번화한 곳에 위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규제가 적용되면 공식 판매점은 비교적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전자담배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규제가 적용되면 합성니코틴을 쓰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합성니코틴에도 기존 담배와 동일한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개별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천연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당 1799원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법개정이 될 경우 30㎖ 제품 한 병에 약 5만4000원의 세금이 붙게 됩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격은 현 2만~3만원대에서 7만~8만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부는 연간 약 9000억~1조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합성니코틴 업계는 과도한 세율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니 저렴한 합성니코틴이 등장했다"며 "보통 흡연자들이 전자담배 30㎖로 열흘 정도 사용하는데 세금만 5만4000원이고, 연초 담배 열흘치는 마진, 세금 등을 다 포함해도 4만5000원 정도다. 이렇게 되면 누가 전자담배를 사겠느냐"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다양한 맛의 전자담배 용액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5713526341a45.jpg)
온라인 판매는 법 공포 후 4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전면 중단됩니다. 오프라인 무인 자판기 판매는 폐업 우려를 고려해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집니다. 다만 2년 후에도 담배소매인 허가를 받지 못하면 영업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허가를 받은 업소만 무인 자판기 운영이 허용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자담배 판매점 수는 4365개입니다. 이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매장이 생기는 만큼 없어지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품 포장과 광고도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포도맛', '콜라맛'. '레몬맛' 등 다양한 맛과 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표현이 전면 금지됩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3(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에 따르면 향기가 나는 물질을 포함하는 경우 문구·그림·사진 등 어떤 형태로도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청포도나 사과맛의 경우 담배 이름에 그린을 붙이거나 오렌지나 바나나맛의 경우 옐로우 등 간접적인 색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제품명을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광고는 영업소 내부에서만 가능하며, 제품에는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제조장 반출 일자와 수입 신고일자도 의무 표기 대상입니다.
◆"유사니코틴·무니코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업계는 합성니코틴 규제와 함께 유사니코틴·무니코틴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합성니코틴 업체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사 니코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유사니코틴에 대한 규제책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구조나 작용을 가진 신종 화합물로, 법적으로는 '니코틴'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담배사업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인체 독성과 중독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무니코틴 액상은 '니코틴 0' 표기와 달리 달리 실제로는 니코틴과 유사한 신종 화합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이 없다고 해서 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된 중국산 무니코틴 용액은 86t으로, 전체 수입량의 97%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무니코틴 용액이 중국산인 셈이죠. 지난해 전체 수입량(134t)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99%에 달했습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유사니코틴도 관리할 수 있도록 약사법이 발의돼 있는 등 정부에서도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며 "유사니코틴 규제까지 한 번에 적용하려면 합성니코틴 사각지대는 10년을 넘어 또 언제까지 회색지대로 남게 되기 때문에 현존하는 규제 공백을 메운다는 측면에서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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